인터넷 매체 '시민언론 더탐사'는 어제(5일) 지난 2021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계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. 녹취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당시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한 배경을 엿볼 수가 있다.
■ "국힘 싫어…미워도 정권교체 플랫폼 삼아야"
녹취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"국힘(국민의힘) 싫어하는거 제가 100배 알고 저는 선생님보다 국힘 더 싫어요. 제가요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한다"라고 말합니다.
특히 '제3지대' 정당을 만드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서,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입당 필요성을 여러 번 밝혔다.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목적이, 대통령 자리에 대한 본인의 소명의식이나 비전이 아니라 '정권 교체' 자체에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.
윤 대통령은 녹취에서 "역사상 이런 정권이 없기 때문에 그러려고(정권교체를 하려고) 하면은 국힘이 아무리 미워도 국힘을 갖다가 플랫폼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을 하셔야 된다"고 했습니다.
또 "저는 정권 교체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다"라며 "저는 대통령도,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다, 솔직한 얘기가"라고도 합니다. 이어 "그러나 이거는 어쨌든 엎어줘야 되고", "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다"라고 이야기했습니다.
그러면서 "입당을 하더라도, 그거는 그야말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한 거지, 국힘의 보수 당원이 되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다"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.
■ "이준석은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…"
이번에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, 윤 대통령은 입당 전부터 이준석 전 대표에게 상당한 반감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. 윤 대통령은 '더탐사' 녹취에서 "많은 의원과 또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당원들이 빨리 들어와서 국힘을 접수해서, 이게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다. 3개월짜리"라고 말했다.
그러면서 "국힘에 좀 많이 입당해갖고 당원을 100만 명 이상 좀 만들어주셔 갖고"라며 "국힘에 지도부 다 소환해. 바꿔버려. 전부"라고 이야기했다. "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엎어 엎은 다음에 3개월 안에 '쇼부' 난다"라며 "그래서 (대통령) 후보 되면 비대위원장이 돼갖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"라고도 말했다.
즉,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다수의 인사와 새로 가입하는 당원들을 바탕으로 이준석 지도부를 끌어 내리고, 본인의 당으로 재편할 구상을 가졌던 것으로 해석된다. "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, 들어가서 다 먹어주는 것"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. "국힘은 없는 거다. 바꿔버리는 거다, 이 당을"이라며 "이름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"라고 밝혔다.
통화 내용은 지난해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'내부총질' 문자 사태를 연상케 한다.
지난해 7월,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당 대표 직무대행에게 "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"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취재진에 포착됐다.
오히려 "사실은 5~6월에 선제적으로 입당할 생각도 하다가, 지금 바깥에 우리 선생님 같은 여론이 워낙 많아갖고 제가 안 들어갔다"라면서 "지금 생각해 보면, 그때 제가 들어갔으면 최재형(전 감사원장)도 못 들어오고 국힘의 101명 중에 80명은 앞에다 줄을 세웠다. 그러면 이준석이도 당선 안 시킬 수가 있고 말이다"라고 설명했다.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과 이준석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재차 드러난 것.
실제 윤 대통령이 입당 시점을 놓고부터 이준석 당시 대표와 갈등이 있었고, 입당 이후에도 두 사람이 몇 차례 반목했던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 역시 윤 대통령 그림 중 일부였다는 추측도 가능하다. 국민의힘 입당 전 윤 대통령의 '구상'처럼, 실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를 시작으로, '최고위원 사퇴', '비대위 전환'이 연쇄적으로 현실화되었다.
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했는데, 같은 해 8월 9일 '주호영 비대위' 체제로 전환됐으니 지도부 교체까지 정말 '딱 3달'이 걸렸습니다.
녹취록에 의하면, "만약에 이놈 XX들 가서 '개판'치면 당 완전히 '뽀개' 버리고"라는 말도 나온다. 당 관계자가 "지지하는 의원들 한 50명 되더구먼, 데리고 나와버리시라"라고 하자, 윤 대통령은 "데리고 나오고"라고 호응한다. 당 장악이 여의치 않으면, 자신을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과 분당-신당 창당 시나리오도 언급한 셈이다.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신평 변호사발 신당설이 불거졌던 점과 이어지는 부분이다.
■ 이준석 "윤핵관 성님들 욕 안 하겠습니다"
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오후 KBS라디오 '배종찬의 시사본부'에 출연해 인터넷 언론 '더 탐사'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녹취록에 대해 "'윤핵관'(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) 성님 일체들에게 제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"고 밝혔다.
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치맥 페스티벌이 열린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"윤핵관을 보면 열이 받아서 보수 외연 확장보다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"며 "만약 대구에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한다면 가장 나쁜 분과 골라서 붙겠다"고 비판했다.
이 전 대표는 "지금껏 제 인식은 대통령께서 정치를 처음하시니 입당 후 '윤핵관'들이 왜곡된 시각을 주입했다고 생각했다"라며 "그런데 어제 (더탐사) 녹취 내용을 보니 (대통령께서) 입당 전부터 스스로 그런 관점을 가진 게 아닌가"라고 짐작했다.
이 전 대표는 "이게 조작이면 더탐사는 문을 닫고 사실이면 그냥 윤핵관(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)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"면서 "앞으로 윤핵관 성님들, 욕 안 하겠다"고 적었다. 당 지도부 재편이 윤 대통령 측근들의 계획이었다기보다 윤 대통령 '본인의 의지'였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는 의미로 읽힌다.
진행자가 '더 탐사가 공개한 녹취록 내용에는 '민주당보다 국힘이 더 싫다' '대통령 하기 귀찮다' 등 대통령 발언이 있다'고 짚자, 이준석 전 대표는 "(대통령께서) 당대표 내쫓고 국회의원 줄 세우기 등을 실제로 하고 계시지 않나"라고 날을 세웠다.
이 전 대표는 이어 "대통령께서 (대선 후보 시절) 식사할 때마다 주변에 '이 XX' '저 XX' 같은 발언을 했다는 걸 전해들은 바 있다"라며 "내가 (대선 후보 시기) 당무 내려놓고 '더 이상 안하겠다'고 지방으로 내려간 건 시작이 아니라 끝에 해당하는 이벤트였다"라고 밝혔다.
계속해서 "이번 녹취록이 충격적이었던 건 대통령 되기 전부터 국민의힘 장악안이 있었다는 것"이라며 "(대통령께서는) 본인이 말한 공정과 상식에 대해 전 정권 적폐청산보다 내부 때려잡기에 모든 동력을 소진하는 듯하다"고 쏘아붙였다.
그러면서 "대통령실에게 묻고 싶다. 지금 윤석열 정부 와서 '때려잡힌' 정치인이 모두 여당 내부에 있다"라며 "이준석, 유승민, 나경원, 안철수 등 여당 때려잡기에 몰두하지 않았나. 이게 무슨 상황인가"라고 날을 세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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